LHB : Love Hate Balance


현재 한국 사회에서 러브 헤이트 밸런스(Love Hate Balance)는 뜨거운 감자다. 이른바 LHB의 기원을 찾기 위해선 출처를 알 수 없는 구슬이 거리에 떨어지기 시작한 3달 전으로 가야 한다. 서울의 거리 한복판에 수많은 구슬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구슬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세계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이 비드푸어현상(BPP: Bead Pour  Phenomenon)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의 한 생명과학 연구진이 이 현상을 'BPP'라 명명했다. 연구진은 구슬의 성분을 분석하기 위하여 해당 구슬을 수집하려 했으나, 60초가 지나면 사라지는 탓에 성분 분석은 불가능했다. 대신 그들이 알아낸 사실은 구슬은 인간의 몸에서 나온다는 것, 그리고 구슬 마다 색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비드푸어 현상이 일어날 때는 구슬 뿐만 아니라 도넛 형태의 물체도 나오는데 이는 비드 도넛이라 한다. 연구진은 비드 도넛과 구슬의 색에 초점을 두어 연구를 진행했고, 한 달 만에 나온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이 특정한 감정을 기준치 이상으로 느끼면 구슬이 나오며 그 색은 감정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도넛 형태의 물체는 한 사람이 가진 감정의 정도를 색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노란색과 파란색이 원의 모양으로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 이 스펙트럼이 마치 카메라에서 화이트 밸런스를 설정하는 스펙트럼과 유사하다고 하여 러브 헤이트 밸런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연구진은 특정 단체나 지역의 LHB를 통계로 내놓았다. 통계의 목적은 비드푸어 현상의 양상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으나 원래의 목적과 다르게 LHB는 단체나 지역의 특성을 알아보는 지표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포커페이스는 옛말이 되었고 개인의 감정 정도를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LHB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여러 방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정을 숨기는 일에 익숙한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게는 누구보다 솔직한 생리 현상인 비드푸어현상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LHB가 MBTI를 잇는 유행이 되리라 예측하기도 한다. 비드푸어현상을 어떻게 잘 조절하면서 살 것인지가 현대 사회의 중요한 숙제가 되었다.


written by whistle



S' DIARY


오색 빛으로 찬란한 구슬을 처음 만났던 건, 수화기 너머 들린 친구의 몇 마디 때문이었다. 급한 일이 생겨 다음 달에 결혼하게 됐다고 했다.

상대는 12살이 많아. 그리고…. 9개월 뒤면 엄마가 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어쩐지 심장이 묵직해져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말문이 막힐 때의 습관이었다.


‘촤르륵…’

손을 가슴에 얹자마자 오색 빛의 구슬이 발아래 쏟아져 내렸다. 산란하는 빛의 프리즘은 몸의 모든 근육을 경직시켰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굴러가는 구슬을 황급히 눈으로 좇아볼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끄러운 자동차의 클랙슨이 귓가에 들렸다. 그 소리에 감은 눈을 다시 뜨니, 그다음 펼쳐진 것은 횡단보도 한복판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나 자신이었다. 눈앞에 빛나는 것은 이제 구슬이 아니라 뿌옇게 번지는 신호등의 붉은 빛뿐이었다.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구슬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고, 매캐한 연기가 뇌 속으로 들어왔다.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친구의 결혼식은 예정대로 열렸다. 결혼식장에 도착한 나는 곧장 신부 대기실로 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다, 버진로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의 빛이 쏟아져 내려 눈이 부셨다.


‘타닥…’

대리석의 마찰음이 들렸다. 깨끗하게 닦인 버진로드 위로 구슬이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횡단보도 한가운데에서 봤던 구슬과 같은 모양이었다. 지난달엔 그저 대단한 착시 현상을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굴러가는 저 구슬은 그 어떤 다이아몬드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진짜였다. 빛에 이끌려 잡은 구슬은 검지 손톱보다 조금 컸다.


‘이게 어디서 온 걸까…?’ 생각하는 순간 뒤통수가 소란스러워졌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무리가 식장에 들어오고 있었다.


‘촤르륵…’

또다시 구슬이 쏟아졌다. 막을 새도 없이 쏟아져 떨어져 나온 구슬이 바닥에 가득 찼다. 엉거주춤 주워 담으려고 허리를 숙이자 양복 무리의 눈총이 쏟아졌다.

‘넘어지셨어요…?” 그중 가장 앞에 있는 남자가 물었다.

“아……. 구슬을 밟아서요, 여기.”

나는 바닥에 있는 가장 큰 구슬을 들어 그 흑임자 오메기떡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 무리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그러나 오메기 일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엉거주춤 뒤돌아 나갔다. ‘뭐야? 미친 여자야?’ 웅성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기분이 송두리째 나빠지는 웅성거림이었다. 나는 그들이 만드는 검은 아우라를 잠시 응시하다, 떨어진 구슬을 주우려 바닥으로 몸을 숙였다. 아무리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친구가 걸어갈 길을 망칠 수는 없었다. 버진로드 위에서 구슬을 밟아 미끄러지는 신부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심마니가 된 기분으로 곳곳에 흩뿌려진 구슬을 줍기 시작했다. 식이 시작되기까지는 20분이 남아있었다. 하객들이 입장하든 말든 미친 듯이 구슬을 찾아다녔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스무 개쯤 주웠을까, 다시 한번 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마찰음이 들렸다. 그러나 이번엔 구슬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바닥에 단단하게 두 발을 붙인 채, 눈을 휙휙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그러나 시야 안에서 그만한 마찰음을 낼 물건은 없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신발 앞 코에 무엇인가 걸렸다. 이번엔 도넛 모양의 물체였다. 너무 혼란스러워 주저앉을 뻔했다.


‘잠시 후 결혼식이 진행될 예정이 오니 내빈 여러분들께서는 자리에 착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회자의 멘트가 거대한 공간을 울렸다. 이 사태를 파악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는 울림이었다. 주운 것들을 손에 쥔 채 그랜드 피아노 뒤의 커튼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숨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머니는 살아 숨 쉬는 듯 손안에 쥐어진 상태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의 심장을 탐내는 마녀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커튼 뒤에 쭈그려 앉았다. 비릿한 쇠 냄새를 느끼며 구슬을 쥔 손바닥을 열었다. 손안의 구슬들은 서로 얽혀 강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회오리치는 구슬은 서로 부딪히고 퍼져 무지개색 이상으로 눈부셨다. 얼마나 바람이 강한지 아침에 왁스로 코팅한 머리카락이 다 풀려버릴 지경이었다. 도넛과 구슬들은 저마다의 크기와 색으로 회전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팬톤 컬러 칩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색들의 집합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혼란스러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한동안 가만히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일부는 여전히 강하게 요동쳤고, 일부는 눈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재킷 안 주머니에서는 나를 찾는 친구들의 전화가 끊임없이 울렸고, 바깥에선 식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가 울렸다. 천장에 거대하게 달린 샹들리에를 제외한 모든 불이 꺼지고 식이 시작되었다.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타이밍을 온전히 놓쳐버린 나는 벨벳 커튼에 지문도 남지 않을 만큼만 그것을 살짝 열어 바깥 상황을 훔쳐보듯 살펴보았다.


‘신랑 신부 입장!’

평범한 드레스는 입기 싫다던 친구는 끝끝내 양가 모부님을 설득해 바지 수트에 면사포를 쓰고 나타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맞춰 입은 친구는 신랑과 함께 버진로드를 걸어갔다. 혹여나 치우지 못한 구슬에 친구의 구두가 미끄러지진 않을까 심장이 떨렸다. ‘또각, 또각’하는 소리가 귓가에 가까워지자 친구의 환한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촤르륵…’ 다시 구슬이 쏟아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구슬 위로 눈물이 같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식이 진행될수록 눈물은 거세졌다. 커튼 너머로 본 하객석의 친구들도 연신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고 있었다. J의 마스카라는 얼마나 번졌는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고, B의 마스크는 눈물로 젖어 입술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소리를 내어 우는 친구가 있는지 주변에서 친구들의 테이블을 연신 흘겨보았다. 몇몇 구슬이 커튼 밖으로 삐져나가기 전, 형체를 잃고 공중으로 흩어졌다.


모든 식순이 끝나고 기념촬영이 시작되기 전, 식장의 사람들이 한대 엉키는 순간을 틈타 친구들의 테이블에 합석했다. 어디 있었냐는 친구들의 질타에 배탈이 났다는 핑계를 대며 배를 문질러 보였다. 친구들의 눈은 하나같이 잘 불린 미역처럼 퉁퉁하게 부어있었다. 다음 결혼식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식장 직원들이 들어와 분위기가 금세 어수선해졌다. 직원들 사이로 나를 기분 나쁘게 했던 오메기떡 무리가 다가와 우리에게 어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밝게 빛나는 버진로드를 따라 앞쪽으로 향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마음속에서 또다시 구슬이 떨어졌지만, 이번엔 당황하지 않았다. 우리가 찍히는 사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LED 전광판 속엔 그 어느 곳에도 나의 구슬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고, 구슬은 더욱 범람하였지만, 이제는 그것을 주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나의 구슬을 쏟아냈다.


예식이 끝나고 바깥으로 나오니 중천에 떠 있는 해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밝았다. 아침에 내린 비가 만든 무지개는 건물 사이에 줄다리기하듯 걸쳐 있었다. 마스크 틈 사이로 아릿한 풀 냄새가 났다. 나는 사라진 구슬들이 회전하는 감각을 손에서 느꼈다. 공허한 울림이 몸 안을 가득 채웠다.


written by se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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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B : Love Hate Balance


현재 한국 사회에서 러브 헤이트 밸런스(Love Hate Balance)는 뜨거운 감자다. 이른바 LHB의 기원을 찾기 위해선 출처를 알 수 없는 구슬이 거리에 떨어지기 시작한 3달 전으로 가야 한다. 서울의 거리 한복판에 수많은 구슬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구슬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세계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이 비드푸어현상(BPP: Bead Pour  Phenomenon)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의 한 생명과학 연구진이 이 현상을 'BPP'라 명명했다. 연구진은 구슬의 성분을 분석하기 위하여 해당 구슬을 수집하려 했으나, 60초가 지나면 사라지는 탓에 성분 분석은 불가능했다. 대신 그들이 알아낸 사실은 구슬은 인간의 몸에서 나온다는 것, 그리고 구슬 마다 색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비드푸어 현상이 일어날 때는 구슬 뿐만 아니라 도넛 형태의 물체도 나오는데 이는 비드 도넛이라 한다. 연구진은 비드 도넛과 구슬의 색에 초점을 두어 연구를 진행했고, 한 달 만에 나온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이 특정한 감정을 기준치 이상으로 느끼면 구슬이 나오며 그 색은 감정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도넛 형태의 물체는 한 사람이 가진 감정의 정도를 색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노란색과 파란색이 원의 모양으로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 이 스펙트럼이 마치 카메라에서 화이트 밸런스를 설정하는 스펙트럼과 유사하다고 하여 러브 헤이트 밸런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연구진은 특정 단체나 지역의 LHB를 통계로 내놓았다. 통계의 목적은 비드푸어 현상의 양상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으나 원래의 목적과 다르게 LHB는 단체나 지역의 특성을 알아보는 지표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포커페이스는 옛말이 되었고 개인의 감정 정도를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LHB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여러 방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정을 숨기는 일에 익숙한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게는 누구보다 솔직한 생리 현상인 비드푸어현상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LHB가 MBTI를 잇는 유행이 되리라 예측하기도 한다. 비드푸어현상을 어떻게 잘 조절하면서 살 것인지가 현대 사회의 중요한 숙제가 되었다.


written by whistle


S' DIARY


오색 빛으로 찬란한 구슬을 처음 만났던 건, 수화기 너머 들린 친구의 몇 마디 때문이었다. 급한 일이 생겨 다음 달에 결혼하게 됐다고 했다.

상대는 12살이 많아. 그리고…. 9개월 뒤면 엄마가 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어쩐지 심장이 묵직해져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말문이 막힐 때의 습관이었다.


‘촤르륵…’

손을 가슴에 얹자마자 오색 빛의 구슬이 발아래 쏟아져 내렸다. 산란하는 빛의 프리즘은 몸의 모든 근육을 경직시켰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굴러가는 구슬을 황급히 눈으로 좇아볼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끄러운 자동차의 클랙슨이 귓가에 들렸다. 그 소리에 감은 눈을 다시 뜨니, 그다음 펼쳐진 것은 횡단보도 한복판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나 자신이었다. 눈앞에 빛나는 것은 이제 구슬이 아니라 뿌옇게 번지는 신호등의 붉은 빛뿐이었다.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구슬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고, 매캐한 연기가 뇌 속으로 들어왔다.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친구의 결혼식은 예정대로 열렸다. 결혼식장에 도착한 나는 곧장 신부 대기실로 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다, 버진로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의 빛이 쏟아져 내려 눈이 부셨다.


‘타닥…’

대리석의 마찰음이 들렸다. 깨끗하게 닦인 버진로드 위로 구슬이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횡단보도 한가운데에서 봤던 구슬과 같은 모양이었다. 지난달엔 그저 대단한 착시 현상을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굴러가는 저 구슬은 그 어떤 다이아몬드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진짜였다. 빛에 이끌려 잡은 구슬은 검지 손톱보다 조금 컸다.


‘이게 어디서 온 걸까…?’ 생각하는 순간 뒤통수가 소란스러워졌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무리가 식장에 들어오고 있었다.


‘촤르륵…’

또다시 구슬이 쏟아졌다. 막을 새도 없이 쏟아져 떨어져 나온 구슬이 바닥에 가득 찼다. 엉거주춤 주워 담으려고 허리를 숙이자 양복 무리의 눈총이 쏟아졌다.

‘넘어지셨어요…?” 그중 가장 앞에 있는 남자가 물었다.

“아……. 구슬을 밟아서요, 여기.”

나는 바닥에 있는 가장 큰 구슬을 들어 그 흑임자 오메기떡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 무리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그러나 오메기 일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엉거주춤 뒤돌아 나갔다. ‘뭐야? 미친 여자야?’ 웅성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기분이 송두리째 나빠지는 웅성거림이었다. 나는 그들이 만드는 검은 아우라를 잠시 응시하다, 떨어진 구슬을 주우려 바닥으로 몸을 숙였다. 아무리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친구가 걸어갈 길을 망칠 수는 없었다. 버진로드 위에서 구슬을 밟아 미끄러지는 신부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심마니가 된 기분으로 곳곳에 흩뿌려진 구슬을 줍기 시작했다. 식이 시작되기까지는 20분이 남아있었다. 하객들이 입장하든 말든 미친 듯이 구슬을 찾아다녔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스무 개쯤 주웠을까, 다시 한번 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마찰음이 들렸다. 그러나 이번엔 구슬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바닥에 단단하게 두 발을 붙인 채, 눈을 휙휙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그러나 시야 안에서 그만한 마찰음을 낼 물건은 없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신발 앞 코에 무엇인가 걸렸다. 이번엔 도넛 모양의 물체였다. 너무 혼란스러워 주저앉을 뻔했다.


‘잠시 후 결혼식이 진행될 예정이 오니 내빈 여러분들께서는 자리에 착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회자의 멘트가 거대한 공간을 울렸다. 이 사태를 파악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는 울림이었다. 주운 것들을 손에 쥔 채 그랜드 피아노 뒤의 커튼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숨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머니는 살아 숨 쉬는 듯 손안에 쥐어진 상태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의 심장을 탐내는 마녀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커튼 뒤에 쭈그려 앉았다. 비릿한 쇠 냄새를 느끼며 구슬을 쥔 손바닥을 열었다. 손안의 구슬들은 서로 얽혀 강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회오리치는 구슬은 서로 부딪히고 퍼져 무지개색 이상으로 눈부셨다. 얼마나 바람이 강한지 아침에 왁스로 코팅한 머리카락이 다 풀려버릴 지경이었다. 도넛과 구슬들은 저마다의 크기와 색으로 회전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팬톤 컬러 칩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색들의 집합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혼란스러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한동안 가만히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일부는 여전히 강하게 요동쳤고, 일부는 눈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재킷 안 주머니에서는 나를 찾는 친구들의 전화가 끊임없이 울렸고, 바깥에선 식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가 울렸다. 천장에 거대하게 달린 샹들리에를 제외한 모든 불이 꺼지고 식이 시작되었다.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타이밍을 온전히 놓쳐버린 나는 벨벳 커튼에 지문도 남지 않을 만큼만 그것을 살짝 열어 바깥 상황을 훔쳐보듯 살펴보았다.


‘신랑 신부 입장!’

평범한 드레스는 입기 싫다던 친구는 끝끝내 양가 모부님을 설득해 바지 수트에 면사포를 쓰고 나타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맞춰 입은 친구는 신랑과 함께 버진로드를 걸어갔다. 혹여나 치우지 못한 구슬에 친구의 구두가 미끄러지진 않을까 심장이 떨렸다. ‘또각, 또각’하는 소리가 귓가에 가까워지자 친구의 환한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촤르륵…’ 다시 구슬이 쏟아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구슬 위로 눈물이 같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식이 진행될수록 눈물은 거세졌다. 커튼 너머로 본 하객석의 친구들도 연신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고 있었다. J의 마스카라는 얼마나 번졌는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고, B의 마스크는 눈물로 젖어 입술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소리를 내어 우는 친구가 있는지 주변에서 친구들의 테이블을 연신 흘겨보았다. 몇몇 구슬이 커튼 밖으로 삐져나가기 전, 형체를 잃고 공중으로 흩어졌다.


모든 식순이 끝나고 기념촬영이 시작되기 전, 식장의 사람들이 한대 엉키는 순간을 틈타 친구들의 테이블에 합석했다. 어디 있었냐는 친구들의 질타에 배탈이 났다는 핑계를 대며 배를 문질러 보였다. 친구들의 눈은 하나같이 잘 불린 미역처럼 퉁퉁하게 부어있었다. 다음 결혼식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식장 직원들이 들어와 분위기가 금세 어수선해졌다. 직원들 사이로 나를 기분 나쁘게 했던 오메기떡 무리가 다가와 우리에게 어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밝게 빛나는 버진로드를 따라 앞쪽으로 향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마음속에서 또다시 구슬이 떨어졌지만, 이번엔 당황하지 않았다. 우리가 찍히는 사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LED 전광판 속엔 그 어느 곳에도 나의 구슬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고, 구슬은 더욱 범람하였지만, 이제는 그것을 주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나의 구슬을 쏟아냈다.


예식이 끝나고 바깥으로 나오니 중천에 떠 있는 해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밝았다. 아침에 내린 비가 만든 무지개는 건물 사이에 줄다리기하듯 걸쳐 있었다. 마스크 틈 사이로 아릿한 풀 냄새가 났다. 나는 사라진 구슬들이 회전하는 감각을 손에서 느꼈다. 공허한 울림이 몸 안을 가득 채웠다.


written by seosol


조화의 스펙트럼


서솔: “이번 우리 전시 주제를 뭐로 할까?”

휘수: “사랑 그리고 증오.”

서솔: “왜?”

휘수: “인생이 저 두 개로 이루어진 거 같아서."

서솔: "아, 그럼 사랑 혹은 증오 그리고 인생 어때?”

휘수: “좋아.”


짧게 주고받은 대화로 전시 주제를 정했다. 대화가 끝난 후 우리는 바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사서 읽었다. 무언가 시작할 때는 늘 책부터 찾는 것이 루틴이다. 책을 읽고 나서는 주제를 잘못 택했다고 생각했다. 아직 이런 걸 표현할 만큼 내공이 쌓이지 않은 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서솔과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갈팡질팡했다.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우리는 한숨부터 쉬었다.


“너무 어려워.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준비하는 내내 했던 말이다. 사랑과 증오, 추상적이고 진부하고 한편으로는 현학적인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를 말하자면 이렇다.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증오하며 밸런스를 맞춰가며 살아가는 게 결국 우리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꽤 단순한 생각을 했다. 우리는 모두 필요 이상으로 사랑하고 있고 본인을 갉아먹을 만큼 증오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양극단의 감정이 쏟아지면서 섞이지 못하고 대치하는 상황을 자주 목격한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건 정치의 메커니즘보단 더 복잡하고 다채로우니까.


나는 올해 좀 더 이성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 사회화되고 성장하는 방향이라고 여겼다.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억제하는 일을 반복했다.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는 특히 그것을 무시하고 억누르려 애썼다. 화가 나는 것은 흔히 말해 정신력이 약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시했던 감정들은 내 몸 안에 남아있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토하듯 쏟아졌다. 이럴 때면 퓨즈가 끊긴 것처럼 아무것도 제어가 안 됐다. 숨이 가빠지고 손끝이 차가워지고 얼굴은 붉어졌다. 이런 현상을 경험하고 나서 다시 감정에 관심을 가졌다. 감정을 마냥 억제만 하는 것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성이 동물과 인간을 구분해주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감정은 가볍고 이성은 무거운 가치를 가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인간은 감정적이다. 이성적 사고와 판단도 개인의 감정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본인의 감정을 잘 알고 헤아리는 것이 스스로가 믿을 만한 이성적 사고와 판단을 하는 방법이다. 이성이 진위, 선악을 식별하여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이라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감정을 바로 알고 잘 헤아리는 일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할 것이다.

 

뉴스를 보면 매일매일 증오할 것들이 넘쳐난다. 내가 증오하는 대상을 향한 비난은 정당방위라고 여기며 내가 증오하는 것만을 본다. 거실에 텔레비전이 사라지고 손안의 핸드폰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개인 미디어의 시대는 증오를 증폭시켰다. 반대로 내가 좋다고 믿는 것에 대한 사랑을 필요 이상으로 주고 있다. 과잉된 사랑은 사랑하는 존재 이외의 것들을 평가절하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주여행, AI, 메타버스, 가상화폐 등 이전에 없었던 것들이 생겨나고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지만, 감정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학자들은 현재의 환경오염 수준이 자연이 받아낼 수 있는 역치를 넘어버렸다고 한다. 대자연의 이치를 거스른 탓에 환경의 균형이 깨진 것이다. 봄, 가을이 사라져가고 가고 견딜 수 없이 뜨거운 여름과 다 얼려버리는 겨울이 길고 지루하게 남았다. 계절에 맞지 않은 이상 기온과 기후는 지구 전체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듯 균형의 상실은 엄청난 후폭풍을 가지고 온다. 감정의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균형을 깨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금이 가고 있다. 극단적인 감정을 양산하고 재생산하는 일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감정의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재해들이 일어나기 전에 이제는 대비해야 한다. 우리를 좀 더 잘 살게 하는 것은 결국 조화로움이다.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은 인간이 가진 특성 중 가장 원시적이면서 가장 현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이번 전시에서 만든 개념인 LHB (Love Hate Balance)는 사회의 감정을 수치화한다는 상상에서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양극단의 감정을 사랑과 증오로 설정하였다. 그사이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한다. 노란색의 사랑, 파란색의 증오 둘의 밸런스가 잘 맞으면 정중앙의 흰색(최적의 균형 상태)이 되는 구조의 스펙트럼이다. 실제로 LHB가 존재한다면 아마 나, 가족, 소속 단체 혹은 우리나라의 LHB 수치를 보며 균형을 맞춰갈 수 있진 않을까? 우리 사회에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LHB일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whistle


WELCOME TO SPACE 4BPM

이번 전시는 글과 그래픽, 영상, 제페토 맵 내부의 가상 전시까지 모두 경험하여 완성되는 메타버스 전시입니다.


map designed by seosol

Love or Hate,

Which way is your life?

조화의 스펙트럼


서솔: “이번 우리 전시 주제를 뭐로 할까?”

휘수: “사랑 그리고 증오.”

서솔: “왜?”

휘수: “인생이 저 두 개로 이루어진 거 같아서."

서솔: "아, 그럼 사랑 혹은 증오 그리고 인생 어때?”

휘수: “좋아.”


짧게 주고받은 대화로 전시 주제를 정했다. 대화가 끝난 후 우리는 바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사서 읽었다. 무언가 시작할 때는 늘 책부터 찾는 것이 루틴이다. 책을 읽고 나서는 주제를 잘못 택했다고 생각했다. 아직 이런 걸 표현할 만큼 내공이 쌓이지 않은 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서솔과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갈팡질팡했다.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우리는 한숨부터 쉬었다.


“너무 어려워.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준비하는 내내 했던 말이다. 사랑과 증오, 추상적이고 진부하고 한편으로는 현학적인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를 말하자면 이렇다.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증오하며 밸런스를 맞춰가며 살아가는 게 결국 우리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꽤 단순한 생각을 했다. 우리는 모두 필요 이상으로 사랑하고 있고 본인을 갉아먹을 만큼 증오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양극단의 감정이 쏟아지면서 섞이지 못하고 대치하는 상황을 자주 목격한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건 정치의 메커니즘보단 더 복잡하고 다채로우니까.


나는 올해 좀 더 이성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 사회화되고 성장하는 방향이라고 여겼다.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억제하는 일을 반복했다.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는 특히 그것을 무시하고 억누르려 애썼다. 화가 나는 것은 흔히 말해 정신력이 약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시했던 감정들은 내 몸 안에 남아있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토하듯 쏟아졌다. 이럴 때면 퓨즈가 끊긴 것처럼 아무것도 제어가 안 됐다. 숨이 가빠지고 손끝이 차가워지고 얼굴은 붉어졌다. 이런 현상을 경험하고 나서 다시 감정에 관심을 가졌다. 감정을 마냥 억제만 하는 것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성이 동물과 인간을 구분해주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감정은 가볍고 이성은 무거운 가치를 가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인간은 감정적이다. 이성적 사고와 판단도 개인의 감정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본인의 감정을 잘 알고 헤아리는 것이 스스로가 믿을 만한 이성적 사고와 판단을 하는 방법이다. 이성이 진위, 선악을 식별하여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이라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감정을 바로 알고 잘 헤아리는 일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할 것이다.

 

뉴스를 보면 매일매일 증오할 것들이 넘쳐난다. 내가 증오하는 대상을 향한 비난은 정당방위라고 여기며 내가 증오하는 것만을 본다. 거실에 텔레비전이 사라지고 손안의 핸드폰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개인 미디어의 시대는 증오를 증폭시켰다. 반대로 내가 좋다고 믿는 것에 대한 사랑을 필요 이상으로 주고 있다. 과잉된 사랑은 사랑하는 존재 이외의 것들을 평가절하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주여행, AI, 메타버스, 가상화폐 등 이전에 없었던 것들이 생겨나고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지만, 감정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학자들은 현재의 환경오염 수준이 자연이 받아낼 수 있는 역치를 넘어버렸다고 한다. 대자연의 이치를 거스른 탓에 환경의 균형이 깨진 것이다. 봄, 가을이 사라져가고 가고 견딜 수 없이 뜨거운 여름과 다 얼려버리는 겨울이 길고 지루하게 남았다. 계절에 맞지 않은 이상 기온과 기후는 지구 전체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듯 균형의 상실은 엄청난 후폭풍을 가지고 온다. 감정의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균형을 깨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금이 가고 있다. 극단적인 감정을 양산하고 재생산하는 일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감정의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재해들이 일어나기 전에 이제는 대비해야 한다. 우리를 좀 더 잘 살게 하는 것은 결국 조화로움이다.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은 인간이 가진 특성 중 가장 원시적이면서 가장 현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이번 전시에서 만든 개념인 LHB (Love Hate Balance)는 사회의 감정을 수치화한다는 상상에서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양극단의 감정을 사랑과 증오로 설정하였다. 그사이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한다. 노란색의 사랑, 파란색의 증오 둘의 밸런스가 잘 맞으면 정중앙의 흰색(최적의 균형 상태)이 되는 구조의 스펙트럼이다. 실제로 LHB가 존재한다면 아마 나, 가족, 소속 단체 혹은 우리나라의 LHB 수치를 보며 균형을 맞춰갈 수 있진 않을까? 우리 사회에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LHB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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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글과 그래픽, 영상, 제페토 맵 내부의 가상 전시까지 모두 경험하여 완성되는 메타버스 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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